9일차 | 40대 중반 남자, 미용사 자격증을 따다

경제적 자유 도전기 · 9일차

그렇게 퇴근 후, 미용학원을 다녔다. 40대 중반 남성이 미용을 배우다 보니 처음엔 주변 시선도 의식됐지만, 그보다도 번아웃 해소가 우선이었다. 코로나 시기 마스크를 쓴 채,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미용 기술을 연습하면서 머릿속을 비웠다.

40대 직장인의 미용학원 —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간

학원에는 주로 10대 후반 대입을 목표로 하는 여학생과 20대 초중반, 일부 30~40대의 미용실 취업을 목표로 하는 여성 수강생이 대다수였다. 남자는 나를 포함해서 2~3명에 불과했다. 젊은 층은 거의 학원에서 살다시피 반복 연습하니 학습 속도가 빨랐고, 선생님도 진학과 취업 준비 수강생들 위주로 집중 지도를 해줬다. 불만은 없었다.

하지만 학습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전체 기술을 배우고 수개월이 지나 다시 처음 기술을 배울 적엔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이 없었다. 매번 다시 처음부터 배우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지속하다 보니 처음보다는 빨리 배울 수 있었고 손이 적응하기 시작했다.

세부 기술은 매번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손은 조금씩 적응하고 있었다.

선생님 안내에 따라 4개월 차에 필기시험을 보고 패스했다. 기출문제를 출퇴근 시간을 활용해서 풀었다. 빠른 학생들은 실기를 4~5개월 만에도 패스했다. 당시 실기 합격률은 20%대라고 들었다. 합격자가 많을수록 이미 포화 상태인 미용업 종사자 수가 더 늘어 힘들어지니 갈수록 어려워지는 추세라고 했다.

미용사 자격증 실기 도전 — 유튜브 선생님과 원데이 클래스

6개월이 지나서 수업 1턴을 배웠다. 미용학과 진학이나 미용업 전환이 목표가 아니다 보니 선생님도 크게 관심은 없었다. 본래 수업 기간은 6개월이었지만, 그 후로는 혼자 연습하는 것으로 해서 계속 다닐 수 있게 해주었다. 코로나 시기라 학생 수가 많지 않아서 남는 공간에서 그게 가능했던 것 같다.

그렇게 1년이 흘렀고 더는 무료로 다닐 수가 없었다. 1년 넘게 다니다 보니 번아웃은 부분적으로 좋아졌지만, 학원을 등록한 만큼 뭔가 결과물을 얻고 싶었다. 기왕 배운 기술이니 실기시험이라도 한 번 보고 싶어졌고, 자격증을 따두면 미용 봉사나 아이들이라도 집에서 머리 깎아줄 적에 보탬이 되겠다 싶었다.

잠깐,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번아웃 해소로 시작한 일에서 결과물을 만들어 본 적이 있는가?

먼저 실기시험을 등록했다. 그간 즐겨찾기로 등록해두고 봐왔던 3~4개 미용 유튜버를 선생님 삼아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세부 과목과 어려운 과목을 집중적으로 연습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어려운 파트가 있었는데, 가장 내게 맞는 유튜버 분이 마침 원데이 클래스를 운영 중이었다. 왕복 3시간이 걸렸지만, 1회를 해보니 유튜브에서 봐온 그대로였다. 원데이 클래스를 3회 더 신청했다. 수강생은 매 회차별로 1~4명이다 보니 밀도 높게 진행됐고, 수업을 마치면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집에서 연습을 이어갔다.

실기시험 당일 — 한 반에 20명, 붙는 건 4명

실기시험일이 되었다. 실기장엔 한 반에 20명이 함께 시험을 보는데, 당시 합격률을 고려하면 4명이 붙는 구조였다. 세부 과목이 실기시험 당일 아침에 결정되는데, 각 과목 시술 방법을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해 보았다. 1교시를 마치고서 주변을 둘러보니 눈에 띄는 수험자가 4명 정도 있었다. 그 반에서 나만 남자, 그것도 40대 후반이었다.

모델 샴푸 시간이 됐는데, 다소 과하다고 할 만큼 동작을 크게 해서 배운 대로 시술했다. 그렇게 시험을 마치고 집으로 왔다.

사실 시험을 치르고 결과에 무관하게 다시는 시험을 안 볼 생각으로 주요 시술 도구는 당근에 올려서 팔았다. 커트 가위, 빗 등만 남겨뒀다.

결과. 시험에 합격했다.

40대 중반에 미용시험 합격이 믿기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시험 감독관 분들이 40대 중반 남성이 진지하게 시험에 임하니, 어떤 사연인지 모르겠지만 가족을 먹여 살리려는 모습으로 보여 이를 고려해 준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합격증을 받으니 진짜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들었다. 번아웃을 극복하기 위해 시작해서 1년 6개월간 가족들의 시간까지 희생시켜가며 연습했는데 결실을 거둘 수 있어서 좋았다.

오늘의 기록 • 40대 중반 남성, 미용학원 수강생 중 남자는 2~3명뿐이었다.
• 학습 시간 부족 → 매번 처음부터. 그래도 손은 적응했다.
• 1년 후 학원을 떠나고, 유튜브 + 원데이 클래스로 실기 준비.
• 아내가 모델로 참여. 조건은 "이번으로 미련 끝".
• 합격. 번아웃에서 시작해 1년 6개월 만에 자격증을 땄다.
경제적 자유 도전기 · 9일차

40대 중반 남자, 미용사 자격증을 따다

학원 기간
1년 6개월
당시 합격률
20%대
결과
합격
시작 이유
번아웃 극복을 위한 비움
얻은 것
미용사 자격증 + 세상을 다 가진 기분
▸ 오늘의 한 줄: 번아웃에서 시작해 1년 6개월 만에 합격증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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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 예고 10일차에는 현재 진행 중인 세컨드잡, 블로그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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