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문제가 아니었다 (유동성, 다주택자 규제, 무주택자)

집값만 유독 비정상적으로 올랐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도 한때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2016년 1,500원이던 김밥이 지금 4,000원을 넘는다는 사실을 계산해 보면, 265% 상승한 건 비단 집값만이 아닙니다. 2026년 7월 현재 저는 연말 계약 갱신을 앞두고 집주인에게 매수 제안을 받았지만, 그 가격은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전혀 아니었습니다. 이 글은 그 당혹스러운 경험에서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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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만 올랐다는 오해, 데이터가 말하는 진짜 이야기

집값 상승을 부동산만의 문제로 보는 시각은 코로나19 이후 전반적인 자산 가격 팽창이라는 맥락을 놓친 것입니다. 2020년 전후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 유동성(Liquidity)이 공급됐는데, 여기서 유동성이란 시중에 풀린 돈의 양을 의미합니다. 이 돈은 주식, 금, 원자재, 부동산 할 것 없이 모든 자산으로 흘러들어갔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숫자로 보면 더 선명합니다. 2016년 대비 2026년 현재 냉면 한 그릇 가격은 두 배를 훌쩍 넘었고, 아파트 공사비 지수는 같은 기간 약 60% 이상 올랐습니다(출처: 통계청). 6억짜리 아파트가 15억이 됐다면 2.5배, 즉 250% 상승인데 이걸 김밥값 265% 상승과 나란히 놓으면 부동산만 튀었다는 주장이 상당히 흔들립니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인플레이션(Inflation)입니다. 인플레이션이란 화폐 가치가 하락하면서 전반적인 물가 수준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현상을 말합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외부 충격이 에너지·곡물 가격을 자극하면서 이미 팽창해 있던 유동성과 맞물려 물가 상승이 본격화됐습니다. 결국 부동산 가격 상승은 거시경제 흐름 안에서 읽어야 하는 현상이지, 부동산 시장만의 이상 과열로 단정할 수 없습니다.

급여가 같은 기간 265% 오르지 않았다는 건 저도 잘 압니다. 그래서 10년 전에도 살 수 없었던 집은 지금도 살 수 없는 게 단순 계산으로도 맞습니다. 이 구조적 간극이 문제의 본질입니다.

요약: 집값 상승은 코로나19 유동성 확장과 인플레이션이라는 거시경제 흐름의 결과로, 부동산만의 예외적 폭등이 아닙니다.

다주택자 규제가 만들어 낸 역설적 부작용

2020년 7·10 대책을 기점으로 다주택자에게는 취득세·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가 중과됐습니다. 취득세 중과란 2주택 이상 보유자가 추가로 집을 살 때 일반세율보다 훨씬 높은 세율을 부과하는 제도이고, 종합부동산세(종부세)는 일정 기준 이상의 부동산을 보유한 사람에게 매년 부과하는 보유세입니다. 표면적으로는 투기 억제가 목적이었지만, 실제 시장에서 벌어진 일은 달랐습니다.

다주택자들은 세금을 피하기 위해 자산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지방 주택을 처분하고 서울 핵심 지역, 이른바 '한강벨트'나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의 '똘똘한 한 채'로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풍선효과(Balloon Effect)입니다. 풍선효과란 한 부분을 누르면 다른 부분이 부풀어 오르듯 규제를 피해 수요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뜻합니다. 강남3구를 잡으려다 마용성이 올랐고, 마용성을 잡으려다 한강벨트 후방까지 번졌습니다.

제가 보기에 정부는 프로 선수를 상대하는 아마추어에 가깝습니다. 다주택자들은 수십 년간 시장을 겪어온 실전 전문가들인데, 경험이 없는 정책 입안자들이 규제 한 방으로 이들을 이길 수 있다고 본 건 처음부터 오판이었습니다. 어린아이가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경험 많은 어른과 현실적인 경쟁이 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결과적으로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등 비수도권은 제조업 경쟁력 약화라는 구조적 문제 위에 자금 이탈까지 겹쳐 침체가 가속화됐습니다. 정책의 칼날이 가장 먼저 닿은 곳은 서울 강남이 아니라 지방의 실수요자들이었습니다.

  • 취득세·종부세·양도세 중과 → 다주택자의 지방 주택 처분 가속화
  • 자금이 한강벨트·마용성 등 핵심 지역으로 집중되는 풍선효과 발생
  • 비수도권 침체 가속화, 지역 간 부동산 양극화 심화
  • 토지거래허가제로 매매 자체가 봉쇄되며 시장 유동성 마비
요약: 다주택자 규제는 투기 억제가 아니라 핵심 지역 집중과 비수도권 침체라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았습니다.

무주택자가 가장 먼저 희생되는 구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다주택자를 규제하면 무주택자에게 기회가 돌아올 것이라는 논리, 얼핏 그럴듯하지만 실제 전세 시장을 들여다보면 완전히 뒤집힙니다. 다주택자는 단순한 투기꾼이 아니라 시장 내 임대 주택의 실질적 공급자입니다. 이들이 물러나면 전세 매물도 함께 사라집니다.

지금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딱 그 사례입니다. 연말 계약 갱신을 앞두고 집주인이 매수 기회를 먼저 줬지만 가격은 어림도 없었고, 그렇다고 전세로 더 살자니 전셋값도 폭등한 데다 매물 자체가 없습니다. 결국 서울 외곽으로 밀려나거나 구축 빌라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여기서 짚어야 할 개념이 전세의 월세화입니다. 전세 공급이 줄어들면 집주인 입장에서는 전세보증금이라는 목돈 대신 매달 현금을 받는 월세 계약이 유리해집니다. 결국 자금력이 부족한 세입자는 목돈이 없어도 되는 월세로 떠밀리게 되는데, 이는 매달 나가는 고정 비용이 늘어나는 것이므로 무주택자의 실질 주거 비용이 오히려 올라가는 구조입니다.

2026년 이후 예고된 공급 절벽은 이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신규 분양 물량이 줄어드는 시기에 다주택자 규제까지 맞물리면 임대 공급 자체가 쪼그라들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전월세를 찾는 무주택자에게 전가됩니다. 다주택자를 규제할수록 그 피해는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무주택자에게 먼저 떨어집니다.

요약: 다주택자 규제는 전세 공급을 줄이고 월세화를 촉진해 결국 무주택자의 주거 비용을 높이는 구조적 역설을 만들어냅니다.

현실적인 해법은 규제 강화가 아니라 공급과 교통이다

이재명 정부가 다른 분야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면서도 부동산 정책만큼은 "문재인 정부 후속편"이라는 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규제의 방향은 비슷하고, 시장의 반응도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정책 설계 방향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싱가포르는 과열기에 신규 취득자에게만 추가 취득세를 부과하되 기존 보유자의 양도세를 완화해 매물이 시장에 나오도록 유도합니다(출처: 싱가포르 도시재개발청(URA)). 파는 사람에게는 세금을 낮추고, 사는 사람에게는 세금을 높이는 방식입니다. 매물이 시장에 충분히 공급돼야 가격이 안정된다는 원리를 정책에 반영한 겁니다. 반면 보유세를 높여 집값을 잡겠다는 시도는 현금 흐름과 무관한 세금이기 때문에 조세 저항이 극심하고, 실제로 집값을 잡는 효과도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서울 내 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빌라와 같은 저층 주거지의 공급 규제를 완화하는 것도 현실적인 방안입니다. 그와 동시에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같은 광역 교통망을 조기 완공해 경기도 외곽에서 서울 도심까지의 출퇴근 시간을 30분대로 압축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근본적인 해법입니다. GTX란 기존 지하철보다 3~4배 빠른 속도로 수도권 외곽과 서울 중심부를 연결하는 광역 급행 철도입니다. 공간 효율화를 통해 서울이 아니더라도 실질적으로 서울처럼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부동산 투자 자금을 주식 등 금융 시장으로 유도하고 싶겠지만,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이 가장 안정적인 자산으로 인식되는 현실을 규제로 바꿀 수는 없습니다. 다주택자들이 수익을 내는 차악(次惡)이, 무주택자들이 주거 사다리에서 밀려나는 최악(最惡)보다는 낫습니다. 규제의 방향성이 의도와 불일치한다는 걸 인정하는 데서 올바른 정책이 시작됩니다.

요약: 규제 강화보다 공급 확대와 광역 교통망 조기 완공이 무주택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현실적인 해법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집값이 오른 게 정말 유동성 때문인가요, 투기 때문인가요?

A. 두 가지를 완전히 분리하기는 어렵지만, 데이터를 보면 유동성의 영향이 훨씬 큽니다. 같은 기간 김밥값·냉면값·공사비까지 비슷한 폭으로 올랐는데 부동산만 투기의 결과라고 보기는 논리적으로 무리가 있습니다. 물론 특정 지역에서는 투기적 수요가 가격을 과도하게 끌어올린 측면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Q. 다주택자 규제를 없애면 집값이 더 오르지 않나요?

A. 단기적으로는 거래가 늘어나며 일부 가격 자극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전세 공급이 늘어나 무주택자의 주거 비용이 안정될 가능성이 더 큽니다. 규제 완화의 핵심은 집값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세입자에게 선택지를 돌려주는 것입니다.


Q. 전세가 없어지면 실제로 어떤 영향을 받나요?

A. 목돈이 없는 세입자일수록 타격이 큽니다. 전세는 보증금을 묶어두는 대신 매달 비용이 없지만, 월세는 매달 고정 지출이 발생합니다. 저도 현재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두고 이 상황을 직접 겪고 있는데, 같은 금액의 자산으로 전세를 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워졌는지는 수치보다 현장에서 더 실감납니다.


Q. GTX가 완공되면 집값이 실제로 안정될까요?

A. 서울 집중 수요를 분산시키는 효과는 분명히 있습니다. 출퇴근 시간이 30분대로 줄어들면 경기도 외곽 택지의 실거주 매력이 높아지고, 이는 서울 핵심 지역으로의 수요 집중을 완화하는 구조적 해법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노선 완공 시점과 실제 생활 인프라 수준이 함께 뒷받침돼야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론

부동산 정책은 선한 의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다주택자를 적으로 규정하고 압박할수록,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전세·월세를 찾는 무주택자에게 전가됩니다. 제가 직접 겪은 것처럼 전세 매물은 사라지고, 살 수도 없고 빌릴 수도 없는 상황이 현실이 됩니다.

차악을 선택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다주택자가 돈을 버는 구조가 불편하더라도, 무주택자가 주거 사다리에서 완전히 밀려나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공급 확대와 GTX 조기 완공을 통해 서울 외곽에서도 살 만한 환경을 만드는 것, 그리고 매물이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양도 부담을 낮추는 것이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향이라고 봅니다.

참고: https://youtu.be/WbY2QwVHjHk?si=hlDaUMq599yUPJL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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